지난 번 정말 무거운 눈이 내린 날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애들은 친구네 놀러들 가 있고, 남편이랑 저 둘이서 무거운 눈을 한삽 한삽 퍼 날라야 했었습니다. 보통 아주 추운 날 내리는 눈은 양이 많으면 스노 블로어로 밀어버리거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으로 삽으로 쫙 밀어버린 다음 퍼서 스노뱅크에 쌓으면 되는데, 이런 packing snow즉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눈사람 만들수 있는 이런 눈은 정말, 너무 너무 무거워서 A에서 B로 미는건 덩치 큰 저희 남편도 힘든 일이라 한삽 한삽 떠야 하는데 한삽 무게가 최소 30파운드이상, 그니까 15kg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30파운드 넘는 무게의 눈 + 삽의 무게까지 합하면 하....그 무게는 정말 청순 가련 강수지씨 조차 욕ㅋㅋㅋ을 내뱉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무게가 됩니다. 두시간 넘는 동안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밀어도 밀어도 밀어지지 않는 눈을 보고 몇년을 살다 보니 정말 저는 욕쟁이 아줌마가 돼 버렸습니다(고백) 그렇다고 제가 청순 가련하단 뜻도 아닙니다(이것도 고백, 하핫)
좌우단간에, 두시간 넘게 한겨울에 땀을 흠뻑 흘리며 남편과 제가 눈을 치운 후, 제 허리과 손가락은 펴지지가 않았고, 무릎은 시큰거렸으며 어깨에는 흑곰 한마리가 올라탄듯 무거웠습니다. 글을 적으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저절로 어깨가 아파오네요..
우리, 애들도 없겠다, 노동한번 거하게 했겠다, 낮술 한잔 하러 tap room이나 갈까? 하고 딱 맘이 맞았습니다. 원래 땀 흘리는 노동 끝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만큼 맛있는 게 없지 않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여러분!!
그래서 얼른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탭 룸으로 고고고!!!
근데 탭 룸이 뭐지?
탭룸은 바로....여기입니다
명실공히 수생마리에서, 수생마리 본연의 맛으로 맥주를 빚어내는 양조장인 노던 슈피리어 브루잉 회사이구요. 양조장 한켠에 더 탭 룸이라고 해서 작은 펍을 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수생마리에서만 제조되는 맛나는 맥주를 마실수가 있어요.
맥주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맥주들은 이곳 펍 말고도, 수생마리 내의 레스토랑, 펍에서도 맛보실 수 있구요. 메트로나 인디펜던트 로브로와 같은 마트, 그리고 LCBO에서 구매하실수도 있답니다.
슈피리어 호를 끼고 있는 도시 답게 많은 것들에 '슈피리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맥주 맛보기 샘플링입니다. 왼쪽부터 노던 슈피리어 라거, 노던 슈피리어 레드 메이플(약간 메이플 시럽 향이 가미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어두운 색의 흑맥주는 노던 11pm입니다. 남편과 저의 최애 맥주는 단연 진하고 고소하며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는 11pm이지만, 이날은 전 다양하게 마셔보고 싶어 저렇게 주문 했습니다.
서버분이 서비스용 팝콘도 주시고 음식도 주문 했는데 배고픈 남편이 마셔버려서 찍을게 없었어요. 하이 참 나...
참 여기는 주방 시설이 따로 없고 음식은 다 수생 마리 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Skip the Dish(배달 앱)을 통해 주문/ 배달해 서빙을 하는 방식입니다. 첨엔 그게 돼? 했는데 되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바로 바깥에선 여름에만 문을 여는 BeaverTail 가게 아줌마가 푸드 트럭으로 간이 식당을 하고 있어서, 그걸 주문하면 트럭에서 금방 구워다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곳의 특징은 벽쪽에 카드나 보드게임이 진열돼 있어서, 그걸로 게임하면서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구요, 반려견을 데려 올수도 있다는 거에요. 강쥐들이 오면 물도 주고, 강아지용 비스킷도 주시기도 해서 가끔 저희집 비숑을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어느 새 맥주 마시며 음식도 먹고(남편은 운전해야 하니 거의 저만 혼술했네요) 남편이랑 카드게임도 하다보니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네요. 어차피 우리 몸은 너덜너덜 해져서 저녁할 힘도 없고, 피자 픽업해서 아이들과 나눠 먹기로 했습니다. 피자 픽업하러 가면서 잠시 홈디포 들렀는데 어느새 맑아진 하늘에 저녁 노을이 예술이라 또 한컨 찍고 갑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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